10월20일(토) 은경축 미사 - 송재준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8.10.21 21:50:51

오늘 은경축 맞으신 수녀님 한 분, 한 분에게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또한 우리

씨튼 공동체의 기쁨의 날이기도 합니다. 

 

인생을 대나무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대나무는 먼저 땅속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죽순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다음 성장해가면서 마디들을 만들어 갑니다. 대나무의 마디는 성장의 한 매듭을

의미합니다. 수녀님들의 지난 25년 수도 여정도 성장의 마디들을 엮어 오셨습니다.

 

1993년 사랑의 씨튼 수녀회에 입회하시고 지원기 동안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새로운 나의

정체성을 찾고 수도생활에 대한 이해와 준비를 하시며 수도여정의 첫 마디를 만드셨습니다.

이어 청원기, 수련기, 유기서원기, 종신서원, 이어진 다양한 소임지에서의 삶을 통해 마디들을 만들며

한 인간으로서, 한 신앙인으로서, 한 수도자로서, 공동체의 한 가족으로서 성장의 과정을

살아오셨습니다.

 

오늘 맞은 은경축은 그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새 마디의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우리에게 오늘 말씀의 전례에서 봉독된 성경 말씀은 입회 때의 나를 되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성찰하며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제 1독서인 제2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은 먼저 "하느님의 부르심"을 묵상하도록 인도해주십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주님인 내가 의로움으로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이사 42,1.6)

 

하느님께서는 당시 바빌론 유배라는 좌절과 절망의 어두움 가운데 있던 이스라엘에게 당신의 위로와

구원이 희망을 전하도록 '주님의 종'을 선택하여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하여 당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오늘날에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사업에 참여하도록 특정한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오늘 은경축을 맞으신 수녀님들과 마더씨튼의 영성을 따라 봉헌생활을 하고 계시는 수녀님들도 바로

그러한 분들이십니다.

 

근원적으로 한 인간이 자신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 하느님이심을 알고,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참된 보람이요 귀한 가치입니다. 더욱이 여러분들은 예수님을 더욱 가까이

따르고 공동체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며 나아가 온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증언하도록 불리움을 받았으니 이 얼마나 특별한 하느님의 은혜이겠습니까?

 

그러한 까닭에 오늘 우리는 다시한번 이러한 고귀하고도 은혜로운 봉헌생활로 우리를 선택하여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봉헌 생활의 보금자리인 공동체와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기도와 격려로 봉헌해주신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은인분들에게도

감사드려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의 '포도나무와 가지' 말씀은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관계를 성찰하도록

인도해줍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5.5.9-10.12)

 

이 말씀은 우리의 봉헌생활이 근원적으로 예수님과 맺는 사랑의 관계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성경 특히 복음서 안에서 사랑이신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우게 됩니다.  

 

우리의 수도여정에서 우리가 영적인 어둔 밤을 겪을 때, 예수님의 사랑은 그 어둠을 걷어내는 한줄기

빛이 됩니다. 우리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을 겪을 때, 예수님 안에서 따뜻한 사랑의 위로를

받습니다.  우리가 사도직 활동 안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지칠 때 예수님 안에서 마음의 평화와

끊임없이 샘솟는 영적인 힘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성장의 과정을 통해 우리에 대한 사랑으로

십자가의 고통을 마다하지 않으신 분과 닮아가고 있음을 깨닫는 기쁨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 기쁨은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형제적 사랑을 통해 더욱 자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의

기쁨은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합니다. 이처럼 예수님이

우리에게 유일한 사랑이 되고 나아가 사도직 활동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것이 바로

자아실현의 길이며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충만하게 해준다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사랑의 씨튼 수녀회는 창설자이신 마더 씨튼의 영성에 따라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도다.”(2코린 5,14)라는 말씀을 모토로 인간이 되시어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하느님의 뜻에 사랑으로 응답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적 영성을 살고 있습니다.

 

마더씨튼께서는 사회의 다양한 분야 가운데에서도 모든 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섬기면서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우선적인 봉사를 드리고 그리스도교적 교육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고자 하셨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우리 역시 공동체에 주어진

이 은사를 마더 씨튼과 같은 열정으로 살아감으로써 교회에 이바지하고 하느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데에 쓰이도록 노력해 나가야겠습니다.

 

오늘 제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우리의 현존과 사도직 활동을 통해 지향해야할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2,15)

 

실상 우리에게는 여러가지 내면적인,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불확실성과

불안 안에서 우리는 또한 희망의 덕을 실천하도록 부릅받았습니다. 이 희망은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예레1,8)라고 끊임없이 말씀하시는 주님께 대한 믿음의 열매입니다.

이 희망은 우리가 믿는 분(2티모1,12), “ 불가능한 일이 없으신”(루카1,37)분께 바탕을 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봉헌생활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해주는 희망입니다이 희망안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굳게 믿으며 이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재를

살아가야겠습니다.

 

창설자 마더씨튼께서는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에

따라 여러분 모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는 교회의 딸이, 사랑의 수녀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