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 후 당신을 쫒아온 사람들에게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오늘부터 요한복음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인 생명의 빵에 관한 담화를 우리는 앞으로 4주간 동안
묵상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배가 불러 당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구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저
인간적인 욕구에 머무르고자하는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도무지
영원한 생명의 빵이라는 예수님의 참모습을 끝내 깨닫지 못하고 맙니다. 그들은 제대로 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이 바랬던 그 모든 것들은 결코 영원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의 빵... 그것이 무엇입니까? 돈이 없어도, 건강이 없어도, 성공이 없어도 우리가 마땅히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야 하는 그 영원함의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실 인간은 동물과는 달리, 늘 인간답도록 부단히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애쓰지 않으면
인간은 인간다워지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어진 생명을 누리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허무한
존재,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인간이 자신의 인간다움을 잃어버리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니, 무엇이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 일까요?
지난 주일에 이어서 계속되는 요한복음 6장은 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선포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근본 가르침의 하나로서 인간의 인간다움 곧 참 생명, 영원한 생명, 하느님의 생명을
누리고 참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군중과 예수님 사이의
대화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은 두번이나 군중이 갖고 있는 기대와 그들의 생각을 질책하시며
고쳐주십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기적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오직 기적을 이용하려는 심보를 꾸짖으십니다. 그러나 그 기적은
백성들에게 주시고자 하는 영적선물의 표징일 뿐입니다. 없어질 양식을 구할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도록 힘쓰라고 재촉하십니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지만 아무리 먹어도 인간은 죽습니다. 어쩌면 먹는 것만큼 우리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썩어 없어질 빵은 우리도 역시 썩어 없어질 존재로 변화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감히 소망이 있고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빵, 영원히 살게하는 그런 빵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대인은 대단히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할 때 하늘에서 내려온 빵인 만나를 먹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유대인들이 예수님에게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 하고 자랑하며 대들었던
것입니다.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시기를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생명의 빵은 만나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천명하셨습니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예수의 신원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빵은 나뉘어지고 부셔지고 먹히는 것을
그 기본 속성으로 합니다 예수 자신이 다른 인간들을 위해 나뉘어지고 부셔지고 먹히는 존재가
됨으로써, 다른 인간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가능케 해준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예수께서는 스스로를
나눔의 화신으로 계시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해 주거나 육체를 위한 삶의 질을 높여 주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주시려는 것은 하느님 자녀의 삶이었습니다. 요한복음서는 그
서론에서 "그분을 맞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성찬이 우리에게 주는 생명은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 하느님의 자녀로 살게 하는
생명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곧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 예수님을 믿는 일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자신을 내어주고 바치고 나누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을
살리고, 우리 모두가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고 인간답게 사는 길입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습니다. 그 이상의 것, 인생의 의미가 있어야 사는 것입니다. 의미있는 삶이란, 남을 위한 삶,
나눔의 삶입니다. 바로 성체의 삶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모두 함께 밥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나 때문에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 모두가
하나가 되는 새로운 세상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오늘 사도 바울로는 새 인간을 입으라고 하십니다.
이 새 인간이신 그분으로 갈아입어야 합니다. 우리는 협소한 우리의 기대를 버리고,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의 바람과 가장 필요한 본질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생명의 빵이신 그분의 삶을 살아가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