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부활6주일) - 이영수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8.05.07 20:50:14

요한복음 14.15.16.17장은 13장의 최후의 만찬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불러놓고 이별을 앞둔 스승이 제자들에게 들려주시는 고별의 담화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들려주시는 마지막 유언인 고별 담화를 통해 요한은 예수님과 공동체,

곧 교회와의 관계를 정리해 나가고자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지난 주일의 복음 말씀에 바로

이어져 나오는 부분으로,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더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새로운 점은 예수님께서 하시는 "내 안에 머물러라."는 말씀이 결국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라'를 뜻하는 것이고  또 그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그냥 단순히

"내 사랑 안에 머물라.", "내 계명을 지켜라.", "서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매번 예를 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내 사랑 안에 머물라."는 말씀 앞에는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라는 말씀이 놓여 있고, "내 계명을 지켜 내 사랑 안에 머물라."는 말씀 앞에는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 사랑 안에 머물러 있듯이" 라는 말씀이 덧붙여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에는 앞뒤에 예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즉 앞에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이라는 말씀이고, 뒤에는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라는 말씀입니다.

 

이렇게 하여 생명까지 내놓으시며 제자들을 사랑하신 예수님의 사랑이야말로

제자들의 형제 사랑의 근본동기라는 것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제자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예수님께서 고별만찬의 자리에서

당부하실 만큼 그렇게 간절한 예수님의 뜻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고, 그래서 서로 사랑할 때,

기쁨이 넘치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 행복해지고 기쁨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기쁨은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던 행복, 바로 그 자체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알아주는 이가 없고 고독한 상황에 있다 하더라도

내심을 충만히 채워주는 영적 생명력이 바로 기쁨입니다. 영적 기쁨을 맛복 사람은 웬만한 어려움이

찾아온다 해도 쉽사리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큰 하느님의 힘과 그의 내면에

쉴새없이 흐르는 예수님이 주신 기쁨이라는 선물이 생생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기쁨은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괴로움이나 시련, 고통이나 질병,

죽음까지도 그 사랑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기쁨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아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흔히 슬플 때는 기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에게 있어서

슬픔과 기쁨은 공존합니다. 물론 이것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생의 안락함과 평안함에서 보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고통과 실패와 역경 속에서

내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영적 실재인 하느님의 현존을 자각하곤 합니다.

그 실재는 나로 하여금 소망을 가지게 하고 그 고통을 이기게 합니다.

시련을 극복한 인간 승리의 삶을 산 사람들을 이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들을 구름 너머에 태양의 햇빛이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구름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태양이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시대의 참된 신자들입니다. 돈과 성공은 우리를

기쁘게 만드는 것보다 염려하고 두려워하며 매우 우울하게 합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난한 사람은 매우 쉽게 웃고 종종 큰 기쁨을 나타냅니다. 

 

기쁨과 웃음은 우리가 하느님 앞에 살며 내일 일에 대하여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믿는

믿음의 선물입니다. 특히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믿는 믿음의 큰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하느님의 빛은 모든 어둠보다 실재적이며 언제나 마지막 승리는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믿는데서 기쁨은 실재적이 됩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고 선언하신

부활의 믿음은 세상이 아무리 어두움으로 덮여있을 지라도 기쁨으로 살아가게 하는 근거가 됩니다.

 

우리가 기쁨을 맛볼 수 없다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기쁨이 없다면 우리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를 질 수도, 십자가를 통하여 얻는 부활의 기쁨도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선택했다."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벗으로서 선택받은 사람들입니다. 지금 우리의 처기가 아무리 고달프로

외롭다해도 하느님께선 바로 그 처지에서 우리를 벗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이것은 보통 축복이 아닙니다. 세상을 주관하시는 분이 바로 내 벗이요, 그분이 나를 사랑해주신다면

아무 부족한 것이 없고 부러울 것도 없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살리지만 미움은 사람을 죽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하면 남도 살리고

자신도 살리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움으로 남을 죽이면 자신도 역시 죽이게 됩니다.

따라서 서로 사랑하도록 합시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계명이며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