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2.35- 38 연중 제 29주간 화요일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언제 주인이 올지 모르니 항상 깨어서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특별히 수능 시험을 며칠 앞둔 수험생들에게는 더욱더 절실히
다가오는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수험생뿐만 아니라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추수의 시기에 있는 농부들에게도 일 년의
수고와 고생을 보상받게 되는, 마음이 약간 설레기도 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수도자인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더 나아가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해서,
이렇게 수도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도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이들로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꼼꼼이 성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일상 안에서 그저
다가오는 전례와 사도직을 아무런 감동이나 느낌 없이 무미건조하게 받아들이고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이 살아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도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왜 함께 모여
기도하고 노래하며 미사를 봉헌하는지 진정한 의미를 잊은 채, 그저 식사 때가 되면 먹는 것처럼
틀에 박힌 수도생활을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그 잠에서 깨어나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수도자로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을 좀 더 열심히 그리고 정성껏 살아가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
수도자로서의 삶인지, 아니면 이 세상 안에서 가난하고 버림받고 헐벗은 이들을 위한 진정한
이웃이 되고자 나선 길이 수도자로서의 삶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대우를 받기
위한 인간적인 계산으로 선택한 수도자의 길인지 우리는 진지하게 우리 수도 성소를 다시금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그 누구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그 식별을 통해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고 살아내며 증거해야 될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는 깨어서 준비해야 합니다. 그 삶의
모습을 머릿속에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몸과 마음으로 속속들이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우리 자신을 투신하고 내어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안에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진실된 수도자로서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