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일) 성녀 소화데레사 대축일 - 이영수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7.10.01 20:08:32

 

성녀 소화 데레사 대축일

 

예수 아기의 데레사는 리지외라는 곳에 있는 봉쇄 수도원예 열다섯 나이에 들어가 스물네 살에

폐혈병으로 죽기까지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낮은 일을 하고 가장 조용한 인생을 살아가며,

정상적인 공부도 또 특별난 소임도 맡아 본 적 없이 그저 식당과 빨래방 청소 소임만 맡았던

한 수도자였습니다. 수도원 밖으로는 나갔던 적도 없고 그저 수도회 안에서 주어진 그 하루의

일과만을 사랑으로만 살아냈을 뿐입니다.

 

소화 데레사는 작은 것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저를 하늘까지 올려줄 승강기는

오! 예수님, 당신 팔입니다. 당신 팔을 타고 올라가려면 저는 커질 필요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작은 채로 있어야 하고, 점점 더 작아져야 합니다."

 

이렇게 소화 데레사는 항상 작은 것, 작은 길, 작은 기쁨, 작은 소망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람이 되길 원했던 한 송이 작은 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상의 아주 작은 사건들이나

아주 작은 행동 하나에서도 하느님의 향기를 맡으려고 노력했고, 매일 매순간을 하느님께

봉헌했으며, 매일 매순간 하느님과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그 모든 것을 철저한 사랑으로 이루어 낸

생애였습니다.

 

소화 데레사 스스로도 “나는 모든 황홀한 환시보다도 숨은 희생의 단조로움을 선택합니다. 사랑을

위해서 수도원 바닥에 떨어진 핀 한 개를 줍는 것이 오히려 한 영혼을 더 회개시킬 수 있습니다."

 

그녀는 정말로 주님께 봉헌되어지는 가장 작은 한 송이 꽃이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오랜 투병

속에서도 그녀의 온 정신은 이 고통마저도 오로지 주님의 사랑에 완전하게 봉헌되어 지는 것만을

희망하였습니다. 그녀의 자서전은 대단히 단순했지만 명확했고 20세기를 시작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2000년의 역사

가운데 교회 박사라고 선포되어진 서른 세 분의 성인 박사 품에 기꺼이 이 작은 한 수도자의 이름을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서른 세 명의 교회 박사 중에 여성은 오로지 세 명 뿐입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시에나의 카타리나,

그리고 소화 데레사입니다. 그녀는 언니 원징수녀님의 명령으로 '한 영혼의 이야기’라는 자서전을

남겼을 뿐, 이들만큼의 저서도 없었고 대단한 학위 또한 물론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한 알의 앗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아주 단순한 복음의 진리를 끝까지 살아낸

이 수도자에게 그 박사의 자격을 허락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놀라운 사실은 단 한 번도 수도회 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었던 봉쇄 수녀회의 수도자를 전 세계의 전교를 위한 수호자,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습니다.

 

달변도 아니요, 대단한 학식도 아니었으며 심지어 세상 사람들과 마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이 수도자의 삶 안에서 이미 세상 사람들을 향한 끝없는 연민과 사랑, 그리고 한 평생을 다른 이들을

위한 보속의 삶을 살았던 그녀의 끝없는 겸손을 교회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처럼 축일 때마다 부르는 가톨릭 성가 292번은 소화 데레사의 성덕의 비밀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첫 번 째는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이요, 두 번째는 참된 겸손이요, 세번 째는 완전한

신뢰요, 네 번째는 작은 희생입니다. 말하자면 어린이의 작은 길을 이끄는 네게의 수례바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더럽히는 것은 어른의 미음입니다. 어린이의 마음은 그런 것을

모릅니다. 단순하고 겸손하기 때문입니다. 작고 여리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스스로를 작게 만들지

못하면 구원이 없습니다. 구원은 내가 잘나 당연히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갈수록 잘게 부수어

기어이 밀알마저도 가루가 되어 생명의 빵으로 거듭나지 않고서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내가 지금 살아내는 이 단조로운 일상을 나의 낮추임으로 가장 거룩한 사랑의 자리가 되게 하는

일입니다. 나는 없고 하느님만이 있게 만드는 일이요, 나는 사라져도 하느님은 영원히 남게 하는

일입니다. 어느 정도로 내 자신을 낮추면 되겠습니까? 답은 분명합니다. 십자가의 답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그렇게 해서 간 길입니다. 나를 배신하고 나를 죽이려는 자를 용서해달라고

부르짖으며 간 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구원의 길을 지금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잔꽃송이 소화의 축일 날, 어린이와 같이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리에서는 가장 큰 사람으로

대접받으리라 명확히 선포하신 바와 같이, 이제 나도 내 스스로를 더욱 낮추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저 묵묵히 우리가 있어야 할 그 자리를 잘 지키도록 하심시다. 빛나지 않고 드러나지 않고 큰 일이

아니어도 제 자신을 더 낮출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자리를 채우도록 하십시다.

 

이제 막 10월, 로사리오 성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추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빛나지 않더라도 묵묵히 익어가는 결실 덕분에 꽉 차오르는 들녘입니다.

우리네 영혼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