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나무다리를 걸어가는 소 - 최현민 수녀님

홈지기 2017.06.15 20:52:49

태어남도 내 뜻에 의한게 아니었듯이, 죽음도 마찬가지다.
어디 생사 뿐이랴. 우리네 삶 대부분이 내 뜻대로 되어가기보다
그렇지 않은 쪽으로 흘러감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하지 않는가?


이렇듯 생도 사도 그 사이의 삶도 내 뜻대로 되 어가는 게 아님을 알면서도
우린 끊임없이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되어가기를 갈망하며 살아간다.
제 뜻을 울켜잡고 살아가면서 누군가 거기에 작은 핀잔이라도 하면

얼굴빛부터 달라지는게 우리들이다.


일찍이 현자들은 삶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음을 터득했기에

제 뜻에 집착하지 말고 살아가라고 가르쳤다.
‘마음을 비우라’는 현자들의 가르침 안에 숨겨진 속내는
자기 의지대로 살려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자기 속만 끓을 뿐이니
일찌감치 너의 뜻을 내려놓고 살아가라는 가르침에 다름 아닐 것이다.


예수님도 일씩이 이를 터득하셨음을 그분의 고백 안에서 엿볼 수 있다.
“아버지,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


生이라는 글자는 牛와 — 이 합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소가 외나무를 건너갈 때 느끼는 위험과 두려움이 우리 삶에 늘 드리워 있다는 의미겠다.
자칫 잘못해서 허둥대면 외나무 다리에서 떨어질 수 있으니
지금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를 직시하면서 마응을 비우고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는
가르침이 生자 안에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오늘도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딛으며 이 무언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겨본다.


2017. 3. 7

 

*** 최현민 수녀님의 글을 올립니다. ***

종교대화-씨튼연구원 사이트의 '녹명의 단상'코너에 있는 수녀님의 에세이를 옮깁니다.

http://setondialog.or.kr/sd/index.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