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0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이영수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7.01.01 22:14:03

새해 미사

 

오늘은 성모마리아를 통하여 생명과 평화의 근원이신 예수님을 탄생하게 되었음을 기뻐하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새해 첫날입니다.

 

새해를 주님의 이름으로 열면서 또한 그의 모친 마리아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새해를 또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이며 은총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복을 빌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이며 또한 우리가 부를 수 있는 주님이 계시고 찾을 수 있는 천상의 어머니가 계시다는 그 자체가 은총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올해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는 진정한 축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 독서의 내용은 이스라엘인들이 신년 축제가 끝날 때 사제들이 백성에게 축복을 빌어주는 말씀입니다. 성서에서 말하는 축복이란, 온갖 좋은 것이 하느님에게서만 비롯되고, 하느님과 함께 생활하는 데서만 비롯된다는 생각을 가졌음을 말해줍니다. 하느님이 인간들에게 당신 얼굴을 드러내 보이시고 그 얼굴의 영광을 비추어 주실 때에야 비로소 인간은 안정되고 복된 평화를 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제2독서에서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받는 축복의 위대함은 우리로 하여금 이 성령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는 은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들의 성령 안에서 우리도 하느님을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과 같이 하느님을 어린이처럼 아빠라고 불러 단순함과 친밀함과 신뢰에 찬 의탁을 표시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에 참여하는 우리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유지시켜 우리에게 평화를 얻게 하여줍니다.

 

오늘 전례는 이런 점을 강조하여 마라이에게 우리의 눈을 돌려 가장 복된 분을 보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마리아를 하느님의 모친이라고 부르는 이 칭호는 여인들 가운데서 기장 복되신 분을 생각지 않고서는 제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읽은 복음에서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고만 전해줍니다. 곰곰이 되새기는 일, 어쩌면 마리아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단어가 아닐까 합니다. 모든 일들을 스쳐지나가지 아니하고 곰곰이 되새겨냅니다.

 

천사의 부름을 받았을 때에도, 그리고 목동들의 방문을 받았을 때에도, 성전에서 아들을 봉헌하고 찾았을 때에도, 종국에 아들이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에도 그녀는 곰곰이 되새겨내었습니다.

 

곰곰이 되새기는 일은 바로 기도입니다. 마리아의 전 인생에 걸친 삶의 태도입니다. 언제나 먼저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정초에 그런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으로 받드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나의 인생이면서도 실상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해선 무력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우리들이, 한 어머니의 곰곰이 되새김을 닮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1월 1일, 한 해의 시작을 천주의 모친이신 마리아를 부르면서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친이므로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마리아가 없었다면 하느님이 인간이 되지 않았던가, 그렇지 않으면 태어난 자가 그저 인간일 뿐, 하느님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반대하는 분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만으로 충분하다. 내게는 마리아가 소용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리아를 필요로 하거나 않거나 그리스도는 그분이 필요했습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가 우리에게도 마리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갈바리아 언덕에서 최후의 시간에 그리스도는 자기의 모친을 우리에게 주셨고, 우리들 하나하나를 당신의 어머니에게 맡기셨습니다. 마리아는 우리를 그리스도에게서 떼어놓지 않습니다. 또한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마리아에게서 시작되지 않는 것처럼, 그것이 마리아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에게 드리는 사랑을 더욱 뜨겁게 하고, 우리의 기도를 더욱 불타게 할 것입니다. 태양을 만들어 내신 분이 달도 만들었습니다. 달이 태양의 열을 빼앗아가지 않습니다. 달의 빛은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두운 밤에는 달이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빛나는 달이 있는 것을 보고 태양의 고마움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외면하고 돌아선 이 암흑의 세상 속에서 마리아를 보면서, 새날이 밝아오는 동안 발밑의 어두움을 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분을 보면서 우리도 하늘에 불리게 된 하느님의 자녀들임을 믿고 희망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마리아는 우리 인생여정의 샛별이 되십니다.

 

올 한 해 동안, 예수님의 「넘치는 은혜와 한없는 복」을 받아서, 참으로 복된 한 해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