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3 부활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주일 - 이영수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6.04.03 19:24:17

부활제2주일

 

제자들이 닫아걸고 있었던 그 다락방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였을 것입니다. 비록 자기 손으로 스승을 죽이진 않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죽음에 대한 배신의 공범이 되어버렸다는 뼈저린 패배의식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서로간의 분열과 그 깊은 상처.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들을 괴롭힌 것은 서로간의 불신이었을 것입니다.

 

서로간의 극심한 불신들과 상처로 팽배해져버린 그 다락방 한 가운데, 서로가 서로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된 그 불신의 공간에 스승 예수께서 나타나신 것입니다. 그리고 스승께서는 바로 그런 제자들의 내적치유를 다시 일으키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그렇습니다. 서로간의 불신에, 죄책감에, 부채의식에 가장 필요한 근본처방은 바로 평화였습니다. 서로간의 믿음이 바탕 되지 않으면 결코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믿지 못하는 사람끼리는 결코 평화로울 수도 없고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믿지 못하는 이를 믿을 수 있는 길은 오직 그를 완전히 용서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방법이 없습니다. 나를 버린 당신을 나는 이미 용서하였으므로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라고 스승은 몸소 용서의 영을 받으라 하십니다.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 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 받을 것이고 용서해 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있을 것이다.

 

믿음이 깨어지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됩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파국으로 끝나고 마는 관계입니다.

 

이 파국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용서입니다. 사랑이 없는 곳이 바로 절망이요, 모든 평화가 차단된 곳이 지옥이기에 스승은 그러한 캄캄한 어둠 속의 제자들에게 다시 믿음을, 용서를 통한 신뢰를 불러일으키십니다.

 

그리고 저들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바로 믿음입니다. 이 믿음을 지니십시오. 보이는 것에만 매달린 믿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 곧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는 그 믿음을 지니십시오. 그것이 바로 행복입니다. 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그것, 보이지 않으나 분명 히 존재하는 하느님을 믿고 또 그 하느님 때문에라도 사랑하고 희망하고 평화로워 지는 방법을 깨달으십시오.

 

오늘 부활하신 예수께서 토마스의 손을 끄집어 당신 옆구리에 넣으시며 가르쳐주시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입니다. 믿으십시오. 보이는 것 너머의 것, 그것을 믿을 줄 아십시오. 그 믿음이 바로 당신을 구원할 것입니다.

 

불신의 땅, 불신의 시대에 예수님의 이 부활은 바로 희망에 대한 증거이며, 이 믿음에 대한 위대한 표지입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그분을 우리의 자비로 드러내는 주일입니다.

 

오늘 하느님의 자비 주일에 예수님의 말씀 두 구절만은 기억합시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금년 자비의 희년에 맞는 오늘 자비 주일은 더욱 풍성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하느님의 자비의 위대한 신비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2005년 부활 대축일에 당시의 숙소 창문에서 부활 인사를 하려 하였지만 심한 병중에 아무 말씀을 못하시고 그냥 창문에 나오셔셔 고통을 느끼시면서 손을 흔들어 강복만 주시고, 그리고 한 주 후 하느님의 자비주일인 부활 후 2주일 밤 9시 37분에 자비로우신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시는 바대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2000년 대희년 예수부활 제2주일에 폴랜드 출신의 파우스티나 수녀를 시성하시면서, 부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선포하시고, 그리고 만 5년 후 부활 2주일, 하느님의 자비주일에 선종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교황님은 2002년도에 마지막으로 고향 폴랜드에 가셔서 하느님의 자비의 성지인 와키에브니카에서 성전을 봉헌하시면서 전 세계교회를 향하여 간절한 호소를 남겼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얼마나 절실히 하느님의 자비를 필요로 합니까! 지구 곳곳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애타게 자비를 구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의 불꽃들을 더 크게 키워서 자비의 횃불을 세상에 전해주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세상은 평화를 얻고, 인간은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저는 여러분에게 이 임무를 맡깁니다. 자비의 증인이 되어주십시오.”

 

하느님은 이런 호소에 이 시대에 가장 당신 마음에 드는 종을 시켜 자비의 희년을 지내도록 해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에 선출 되시고 얼마 후 2013년 7월 첫 번째 여행인 세계청년대회 여행 중에 “이 시대가 자비의 시대라고 믿는다고 하시면서, 교회는 상처받는 인류에게 그 모성적인 얼굴을 보여줍니다. 상처받는 이들이 교회의 문을 두드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그들을 거리로 그들을 찾아 나서서 그들을 모아들이고 그들을 품어 안으며 그들을 돌보고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때 저는 이 시대가 자비의 은총의 시간이라 확신하게 됩니다.” 자비는 하느님의 이름 자체입니다. 그야말로 하느님의 신분증입니다. “저는 에제키엘 16장을 통해 저의 삶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을 읽고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이건 전부 바로 나를 두고 기록 된 것 같잖아.’ 예언자는 부끄러움에 말하는데 부끄러움은 하나의 은총입니다.”

 

금년 자비의 희년을 은총의 기회가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