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8 착복미사 - 황의현 바오로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5.09.10 23:08:31

착복 미사 (루카 18,35-43; 2코린 4,11-18)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예리코의 소경이 대답합니다.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예리코의 소경은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었던 것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순간 사고 또는 질병으로 시력을 잃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다시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하고 예수님은 다시 보아라.”라고 말씀하셨고 그는 즉시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본다는 의미와 관련된 한자어의 대표적인 것 세 개를 꼽자면 시, , 관이 있습니다. 보일시(see /look; 보는 것 총칭, 무심코 보기-육신의 눈으로 보는 것), 볼견(watch /observe /examine; 유심히 지켜보기나 관찰 또는 검토-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 볼관(contemplation; 관상-영적인 눈으로 보는 것)...


우리는 신앙인 그리고 봉헌생활을 하는 사람들로서... ‘육안보다는 심안과 영안으로 우리 자신을 비롯해서 이웃과 세상과 하느님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늘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강조한 대로, 우리는 믿음의 영을 지닌 사람들(2코린 4,13)이기 때문에 영안이 더욱 발달된 사람들입니다. 또한,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진다는 사도들의 말씀대로(4,16) 비록 우리의 육신이 눈은 쇠퇴해 가더라도... ‘마음의 눈영적인 눈은 더욱 새로워진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사도가 강조한대로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고통과 환난 그리고 어려움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음과 영의 눈으로 직시할 줄 압니다(4,17-18).


눈에 보이는 성당 건물을 참으로 아름답게 짓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성전(성령께서 머무시는 몸)을 짓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수도자로서 거룩한 복장을 착용하는 착복식이 참으로 의미 있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참되고, 선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것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다음과 같은 말씀대로 입니다.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여러분의 몸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1코린 6,19-20)


전례적으로 동정마리아 탄생 축일인...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족보와 예수님의 탄생이야기가 나옵니다.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이렇게 이야기하지요.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마태오 복음은 이렇게(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하느님의 현존메시지로 시작해서... 맨 마지막 장 마지막 절에서 같은 메시지로 이렇게 끝맺습니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시겠다.’고 하는 주님의 약속은 구약시대부터 신약시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강조되었습니다. 성경 전체를 꿰뚫는 핵심주제이지요.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직접적인 표현만 몇 군데 살펴보자면... 성조 가운데 에녹은 하느님과 함께 살았고”(창세 5,21),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이 무슨 일을 하든지 함께 계셨고(창세 21,22), 그러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창세 26,24).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로 소명을 받을 때에도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있겠다고 약속하셨고(탈출 3,12), 모세의 후계자로 불림 받은 여호수아도 같은 약속을 받았습니다(여호 1,9). 하느님의 이러한 약속은 잇따른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에게도 단골메뉴였고 실제로 그 약속은 꼭 지켜졌습니다. 신약시대로 넘어와서 방금 우리가 묵상한 마태오복음과 더불어... 사도행전에 보면, 코린토에서 선교하던 바오로에게 주님께서 환시 속에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사도 18,10) 우리 주보 성녀이신 씨튼 엄마께서 남기신 말씀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지요. “겸양, 소박, 사랑과 더불어 중요한 메시지...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다시 오늘 미사의 복음의 메시지로 돌아가서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라고 묻는 예수님의 질문에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답했던 예리코의 소경처럼 우리 역시 처음에 잘 보았던 것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눈길은 마음길로 통하고 마음길은 영혼의 길로 통하기 마련이기에 수도복을 입는 일은 자꾸만 분산되기 쉬운 우리의 시선을 다시 한 곳으로 모으고... 육신의 시선 너머에 있는... 우리가 정작 제대로 봐야 할 것들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하시고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보다 좋은 길로 이끄신다는 믿음의 눈일 것입니다.


오늘 착복미사에서 우리가 묵상한 말씀들(수녀님이 직접 고른 말씀/전례력의 말씀)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라고 믿어집니다. 수녀님! 부디 오늘 착복식을 계기로...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보다 구체적으로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감지하면서 하느님의 이끄심에 따라 수도자다운 모습으로 살아가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이미 수도복이 자기 존재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는 언니수녀님들에게도 오늘 이 시간이... 각자의 착복식 때의 첫 마음을 다시 떠올리고 다시 바라보고 다시 다짐하는 계기가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