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제19주간 화요일 이영수 신부님 강론

홈지기 2014.08.23 05:57:49

연중 19주간 화요일

 

수도생활의 기본 덕목 가운데 하나는 생활의 단순함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특히 사랑의 씨튼 수녀원의 모토 가운데 하나가 소박이라고 하지요. 소박은 단순함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어린이다움이기도 하고 꾸밈이 없다고도 하지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오늘 예수님은 우리를 다시 타이르십니다. 하느님 뜻 앞에 한 없이 작아지고 겸손해지는 일, 그것만이 우리 인생 안에 하느님의 나라를 열어젖힐 것입니다. 우리 다시 어린 아이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처럼 되어야 한다.”는 그 <의탁의 단순함>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어린이 하면 생각나는 성녀가 있지요. 소화, 작은 꽃. 그는 하느님 안에서 보다 작아지는 완덕의 지름길인 어린이의 길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무능과 나약을 슬퍼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고, 하느님의 손안에 작은 자가 되어 하느님께서 친히 완덕의 정상에 올려 주시도록 해주는 소위 사랑의 엘리베이터를 발견하여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소화 데레사는 작은 것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저를 하늘까지 올려줄 승강기는 오! 예수님, 당신 팔입니다. 당신 팔을 타고 올라가려면 저는 커질 필요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작은 채로 있어야 하고, 점점 더 작아져야 합니다.” 작은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는 우리 모두도 성인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길, 쉬운 길, 작은 길을 선 보여주셨습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하느님만이 전부인 아이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아이에겐 엄마만이 전부이듯 신앙인에겐 하느님만이 전부입니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께서도 낮추임에 관하여 시인 김지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비록 사람 자취 끊어진 헐벗은 산등성이 사철 그늘진 골짜기에 엎드려 기며 살더라도, 바위틈 산란 한 포기 품은 은은한 향기는 장바닥 뒷골목 시궁창 그려 하냥 설레노니, 바람이 와 살랑거리거든 인색치 말고 먼 곳에라도 바람 따라 마저 남은 그 향기를 흩으라, 그렇게 바닥을 기어 천리를 가라. "바닥을 기라고 자주 말씀하십니다. 그분에게 바닥을 기라는 의미는 없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교황님도 이탈리아 주교단과 함께한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낮은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더욱 튼튼해집니다. 그러니 오만함을 버리고, 주님께서 우리 손에 맡기신 모든 사람을 위해 몸을 숙입시다.”

 

장일순 선생은 어느 정도로 내 자신을 낮추면 되겠습니까? 묻는 제자에게 너의 등 뒤에다 칼을 꽂은 사람에게 그 칼을 뽑아 두 손으로 정성껏 되돌려드릴 수 있을 때까지 낮추라" 하셨으니, 우리가 살아 이루어야 할 덕이 얼마나 더 많이 남아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답은 분명합니다. 십자가의 답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그렇게 해서 간 길입니다. 나를 배신하고 나를 죽이려는 자를 용서해달라고 부르짖으며 간 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구원의 길을 지금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린이와 같이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큰 사람으로 대접받으리라 명확히 선포하신 바와 같이, 이제 우리도 내 스스로를 더욱 낮추는 일만 남았습니다.

 

어린이(작은이), 힘없는 이, 가난한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다.”

 

복음의 기쁨 198항을 참고하자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바랍니다.”에서 새로운 복음화는 가난한 이들을 교회 여정의 중심으로 삼으라는 초대입니다. 그들의 친구가 되고, 그들에게 귀 기울이며,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신 그 신비로운 지혜를 받아들이도록 부름 받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그 작은 자, 가난한 이를 통해서 복음을 전하십니다.

 

그저 한 주간 한 달, 묵묵히 우리가 있어야 할 그 자리를 잘 지키도록 하십시다. 빛나지 않고 드러나지 않고 큰일이 아니어도 제 자신을 더 낮출 수 있다면 기꺼이 그 자리를 채우며, 다시 열심히 살아보도록 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