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홈지기 2013.12.01 21:50:40

 대림1주일(가해)                                                                   이영수 신부님의 미사 강론

 

대림절이 시작되는 12월 첫날, 성탄을 기다리며, 조용히 맑고 경건한 크리스마스 캐롤 소리가 듣고 싶어지는 달입니다. 모든 자연이 점차 겨울잠에 들어가는 시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대림 시기를 다시 맞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고대하는 우리의 기다림이 이제 시작됩니다. 인간에게 허락되어진 몇 가지의 큰 행복 중에 한 가지가 바로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기다린다는 것,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단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내일이, 내게 새로움을 가져다주리라 기대할 수 있는 힘, 그것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산다는 일에 적지 않은 위로와 힘을 제공해줍니다.

사실, 기다림 속의 시간은 그냥 흘러가는 시간만이 아닙니다. 새로운 존재, 새로운 변화로의 되어감이 포함되어져 있습니다. 인간이외의 모든 피조물을 완성품으로 만들었지만 하느님은 인간만을 미완성품으로 만드셨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인간에게만 자유의지를 줌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보람과 기쁨을 허락하시어, 완성품의 인간을 만들어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사람 되기를 제대로 기다리고 또 제대로 살아내는 사람만이 그 됨됨이가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법입니다. 제대로 기다릴 줄 알았기 때문이고, 쇄신의 노력과 함께 거듭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되면 오겠지... 그냥 빨리 이 하루가 지나가버리기를 기다리는 시간만큼 안타까운 세월이 없습니다. 똑같이 학교를 다니고, 성당에 다녀도, 누군가는 그 시간이 인생의 값진 배움터가 되고, 성장의 기회가 되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전혀 그렇지 못한 이유도, 사실 무엇을 기다렸는가에 따라 극명하게 차이 납니다.

대림 시기는 희망이 있고 바램이 있기에 다시 한 번 내 생애의 숨길을 새로운 탄생으로 보듬어내고자 하는 그런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마치 어머니가 새 생명을 잉태했을 때, 그 열 달을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보려하는 참으로 숭고하게 기다릴 줄 알듯이, 어머니 마리아가 첫 아들을 잉태하였을 때 대단히 특별한 존재로 그의 탄생을 위해 숱한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이 대림시기를 마치 예수님을 잉태하는 마음으로 보낼 것입니다.

사실,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잉태는 마라아를 전혀 새로운 존재로 변화시켜낸 사건이었습니다. 인간 마리아는 의미 없는 이름이었지만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천주의 모친, 바로 이 땅과 하늘의 어머니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의 인간적인 이름은 별 의미가 없지만, 나는 그리스도인, 신자라는 이름이 붙어, 내 존재도 거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리스도를 잉태하고 그런 예수를 품고 살고자 하는 기다림이 바로 대림입니다.

그러나 실상, 이 대림의 더 깊은 의미는 우리가 누구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가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가 태중의 아기가 무사하기를 그리고 건강히 이 세상에 나기를 더욱 간절히 기다리는 법입니다. 그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돌아오라, 돌아오라, 함께하자, 회개하라, 그리도 간절히 그리고 절박하게 호소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는 성탄이라는 기점을 통하여 우리들이 깨어 회개의 삶을 향해 거듭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래서 교회는 대림절 첫 주일에 깨어 준비하라는 말씀과 함께 대림환에 첫 촛불을 밝히고, 회개하라는 말씀과 함께 두 번째의 촛불도 밝힐 것입니다. 한마디로 대림절은 준비하면서 회개하는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성탄은 메리크리스마스로 끝나버리는 축제일이 아닙니다. 성탄은 새롭게 살고, 거듭나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귀한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굿간 짐승들 말구유속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그런 신화를 준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참으로 내 안에, 어둠으로 가득 차 있는 내 안에, 믿음과 신앙이라는, 새로운 등불로 내 자신을 되돌아볼 줄 하는 그런 신앙을 기다리고 준비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자 죽었던 사람도 일어났고, 그리스도를 만나자 울던 이도 눈물을 그쳤습니다. 그리스도를 만나자 의미 없던 사람의 의미를 찾고 목적 없던 사람이 목적을 찾았습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로소 그리스도인이 되어갔습니다. 내가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내 생애의 가장 큰 행운 이였습니다.

우리가 대림시기를 시작하며 제단 앞에 보랏빛 촛불을 밝히는 것은 이러한 기다림과 희망에 관한 상징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우리는 세상 안에서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다시금 얻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우리는 세상에서는 실패하고 상처받고 울었을지 몰라도 하느님 안에서는 그 실패를 통해 성공할 것이고 그 상처를 통해 치유 받을 것이며 그 울음을 통해 웃을 것이라는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준비하노라면 마지막 날 우리의 주님은 우리에게 영생의 행복을 주실 것이라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대림절 첫날의 전례와 성서의 독서들은 언제 오실지 모르는 그리스도의 마지막 오심에로 우리의 정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분을 맞이함은 우리 인생일대 소원하는 영원한 생명, 행복을 얻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림절은 우리가 지난 1년을 반성하면서 보다 더 성숙하고 새롭게 변화되는 은혜로운 시기입니다. 그래서 성장의 시기이고 회개의 시기입니다.

대림 첫 번째 초가 밝혀졌습니다. 어느새 나머지 한 장의 달력도 뜯겨져 나갈 터이지만 그냥 그렇게 이 한 해가 마무리되고 정신없이 또 한해를 시작하기는 싫습니다. 오늘 이 미사의 영성체로 희망, 기대, 기다림과 믿음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들이 다시금 내안에 굳건히 자리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값진 기다림의 시작이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