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홈지기 2013.11.27 05:05:16
이영수 신부님의 미사 강론 중

 

 아름다운 가을의 단풍들을 바라보면서, 영생의 희망을 가진 노년도 이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이제 이 아름답기만 하던 단풍잎들마저 떨어져 내리고 앙상한 가지만이 남을 늦가을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쇠락을 지켜보면서 생명 있는 것들이 다시금 대자연의 품안으로 돌아가는 죽음을 묵상하게 하는 은혜로운 11월 위령성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대형재난, 대형폭발, 테러, 불치병, 노쇠, 기아, 태풍 등의 현실이 우리 생명의 덧없음을 너무도 실감나게 하고 있는 요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영생과 부활이 있음으로 해서 큰 희망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인간을 참으로 인간답게 하는 것은 희망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면서, 헨리 나윈 신부님의 저서, “춤추시는 하느님에서 인생을 통찰하는 다섯 가지 지혜가운데 3장 운명론, ‘희망으로에서 한 구절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볼 눈이 있고 들을 귀가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덧없는 인생은 찰나적인 것이 아니라 영존하는 것이고,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나는 것이며,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연원한 것이다. 비록 깨지기 쉬운 연약한 삶이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을 품을 놀라운 이유가 있다.

이 숨은 실체를 어떤 이들은 은혜라 하고, 어떤 이들은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의 생명이라고 하며, 어떤 이들은 우리 가운데 있는 하느님 나라라 한다. ... 예수님은 믿는 이마다 영생을 얻는다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엄청난 혁명이다. 이 덧없고 찰나적인 세상에 그분이 영생의 씨앗을 뿌리러 오신 것이다. 여러 면에서 영적인 삶이란 바로 그런 뜻이다. 일시적인 것 속에서 영원한 것을, 찰나적인 것 속에서 영존하는 것을, 사람들 속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가꾸는 것이 바로 영적인 삶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의 삶이다. 이 신비의 현존을 인식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남들이 불만을 품을 때도 우리는 기쁨을 맛본다. 세상이 전쟁을 공모할 때도 우리는 희망을 얻는다.

 주변 공기에 중오가 배어있을 때도 우리는 깊은 사랑을 발견한다. “

 윤동주 시인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이글을 묵상하고 나면, 시인은 애타게 가을을 기다리고 있음을 봅니다. 계절의 흐름에 정신집중하고 있습니다. 흐르는 계절을 느끼려 지금 사랑하며 살겠다. 지금 최선을 다해 살겠다. 지금 남에게 상처주지 않고 살겠다. 지금 아름답게 살겠다. 지금 열매를 맺으며 살겠다. 합니다. 이 시인은 가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준비된 겨울을 맞이할 것입니다.

 내 인생에 겨울이 오면 내가 나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다시 오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실 것입니다.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았니?” “열심히 살았니?” “사람들에게 상처 준 일이 없었니?” “삶이 아름다웠니?”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니?” 그 물음에 잘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봄이 올 것입니다.